아재 셋의 페루 여행기 7편 - 마추픽추(Machu Picchu) 등정
아재 셋의 페루 여행기 7편 - 마추픽추(Machu Picchu) 등정(登頂)
네. 드디어 마추픽추에 오르는 날이 되겠습니다. 아재들은 해 뜨기 전 일어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마추픽추 등정 준비에 나섰습니다.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다운타운의 마추픽추행 버스 정류장에는 이미 많은 인파가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아재들은 적지 않게 당황한 것이 줄이 많이 길었습니다. 해 뜨기 전 이 시간부터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 줄은 생각을 못했거든요. 이러다 기다리다가 해가 떠 버리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슬슬 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버스는 새벽부터 계속 사람들을 실어 날랐고 아재들 역시 해 뜨기 전에 마추픽추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마추픽추와의 첫 만남
마추픽추 입구의 모습입니다. 생각보다는 작고 초라해 보이죠?
아재들은 간단한 검문검색 및 마추픽추 입장 예약 확인 절차를 거치고 드디어 마추픽추 입구를 통과했습니다. 다른 관광객들과 같이 걸어가기를 수 분여, 그러나 해뜨기 전 마추픽추는 여전히 안개에 자욱히 싸여 있었습니다. 전경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였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아재들은 오늘 운이 좋았습니다. 올라가다보니 안개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하면서 마추픽추와 그 주변의 경관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오오 아재들은 드디어 마추픽추에 도달한 것이었습니다. 이곳이 말로만 듣던 마추픽추. 그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전방의 마추픽추 유적이 안개 사이로 듬성듬성 드러나면서 안데스 산맥의 장대한 풍경을 배경으로 깔리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순간 아재들 셋 다 “오오 멋지다” 탄성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셋 다 똑같이 “이것은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경치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마추픽추를 회상하면 아재들은 셋 다 똑같이 이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경치”를 보고 왔다고 뿌듯해하곤 합니다. 묘하게도, 셋 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합의(?)를 본 셈이지요.
사진으로는 좀 느낌이 덜 옵니다만 그 당시 조금씩 걷히던 안개 속에서 찍은 사진을 계속 보시겠습니다.
저게 설마 그렇게 좋았을까나 싶으시죠? 저도 지금 사진을 보면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안개 사이로 드러나던 마추픽추의 첫 모습은 참으로 장엄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본 아재 개인적으로는 뭐랄까 마추픽추에는 어떤 영험한 기운도 서려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 순간에는 멋진 광경에 감탄하는 감정만 밀려 온 것이 아니라 장대함에 대한 경탄도 같이 느꼈기 때문입니다. 사진 계속 보시겠습니다.
아재들은 신이 나서 마추픽추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이곳은 분명 유적입니다. 무너진 곳도 많고 지붕이 없는 건물도 많습니다만 뭐랄까 묘한 생동감이 같이 존재했습니다. 때는 이른 아침이라 이제 막 입장한 여행객들만 보였습니다만 이곳은 적막한 폐허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습니다. 마침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 사이들로 해가 뜨는 데 그 모습도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오늘 아재들이 날씨 좋은 날을 운좋게 타고 온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와이나픽추(Huayna picchu) 등정
이렇게 마추픽추와의 첫 만남에 감동을 먹은 아재들은 이 기세를 몰아 와이나픽추(Huayna picchu 혹은 Wayna picchu)를 등정하기로 했습니다. 와이나픽추는 마추픽추 뒤에 병풍처럼 우뚝 서 있는 산봉우리입니다. 게다가, 아재들은 와이나픽추 입장권도 같이 예약을 해 놓기도 했었습니다.
아아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와이나픽추는 정말로 등정(登頂)을 해야 하는 코스였습니다. 기세 좋게 올라가기를 잠깐 가파른 경사는 완만해 지길 거부하고 있었고 아재들과 다른 관광객들은 헥헥대며 등산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아 이것이 안데스 산맥의 등산 느낌인 것인가요. 하지만 기분은 여전히 좋았습니다. 그 와중에 중간중간 쉬어 가며 다른 여행객들과 힘들지 않느냐 힘내라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가 자연히 형성되었는데 이것 역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마침 또 아재들은 귤을 좀 챙겨왔었는데 올라가면서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재미 역시 쏠쏠했습니다.
와이나픽추를 올라갈수록 마추픽추의 전경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높이에 다다르니 전체가 저 멀리 병풍같은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와이나픽추 등정은 여전히 고달팠고 허벅지 근육은 아파왔지만 기분은 더욱 상쾌해져갔습니다.
마침내 아재들은 와이나픽추 정상에도 도달했습니다. 와이나픽추 정상에는 큰 볼 거리는 없었습니다. 돌로 이루어진 산 정상이지 아주 특별한 유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올라왔다는 것은 마추픽추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왔다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산 정상에서 주위로 병풍처럼 펼쳐진 안데스 산맥의 풍경이 장엄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마침 안개도 적당히 걷히고 나니 이런 풍경이 다른 어디에 있을까 싶은데 그 느낌이 마치 오래된 산수화에서 태산절경을 묘사해 놓은 듯 했습니다. 아아 산수화에서 보던 그런 산들이 진짜로 존재하는구나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습니다.
와이나픽추에서 멀리 보이는 마추픽추의 전경입니다. 왼쪽의 지그재그 길이 버스가 올라오는 길입니다. 전체적으로 마추픽추가 산 꼭대기의 평평한 마치 미니 분지 같은 지형에 자리잡고 있음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마추픽추 아래로 내려가는 산 경사가 가파른 것 역시 볼 수 있습니다. 마추픽추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구아스 칼리엔테스가 아주 잘 보입니다. 하지만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서는 아무리 위를 쳐다 보아도 마추픽추가 보이지 않습니다. 뭐랄까 천혜의 지형 속에 숨겨져 있는 고대의 유적이 마추픽추였습니다.
다시 마추픽추로
와이나픽추를 내려오는 길은 금방이었습니다. 아재들은 다시 마추픽추 구경을 재개했습니다. 이때 즈음에는 안개도 모두 걷혀서 깔끔하게 드러난 마추픽추의 모습을 한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일단 사진부터 보시지요. 참고로 저 멀리 보이는 계단식 구조물이 경작지라고 합니다. 우리네 계단식 논과 비슷합니다.
태양의 신전 입구라고 합니다. 신전 주변에 큰 돌이 많이 있었습니다.
마추픽추 내에는 이렇게 물이 흐르는 관개시설도 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마추픽추에서 아래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를 내려다본 사진입니다. 우루밤바 강이 흐르고 그 가운데 기차역이 있음을 보실 수 있겠습니다.
아재들은 이제 마추픽추를 거꾸로 가로질러 와이나픽추 반대편에 있는 산길도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뭐랄까 이제 신이 난 느낌이었습니다. 다리는 무겁고 허벅지는 아팠지만 이곳의 경치와 분위기는 사람들에게 생동감을 불어넣는 특이한 무엇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반대편까지 주욱 길을 올라가다보면 걸어서 마추픽추에 도달하면 만날 수 있는 잉카 트레일 입구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아재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발길을 돌려 마추픽추로 내려갔습니다.
다시 돌아온 마추픽추입니다. 이 때 즈음 시간은 한낮이 되어서 마추픽추는 밝게 빛나는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마침 아재들은 소위 달력샷이라고 불리는 마추픽추의 전경이 보이는 곳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네, 반드시 사진을 찍어야 하겠습니다. 마추픽추 전경을 한번 보시지요.
마추픽추 전경을 보면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아재의 모습입니다.
마추픽추에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마도 관광용으로 풀어 놓은 것 같기는 한데요. 라마(llama)가 있습니다. 마추픽추 같이 좋은 곳에서 동물들과의 교감도 참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여기 라마들은 전체적으로 순하고 사람의 손길을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아재들은 반나절 조금 더 되는 시간을 마추픽추에서 즐거이 보내고 다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로 내려왔습니다. 아무래도 좀 더 구경을 많이 하면 더 좋았겠지요. 그러나 방전된 체력이 슬슬 밑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 내려와서는 간단히 식사로 허기진 배를 보충하고 다시 오후 늦게 기차역에서 돌아가는 기차를 탑승했습니다. 그리고 한밤중이 되어서 아재들은 택시를 타고 정겨운 쿠스코로 다시 귀환했습니다. 새벽부터 기나긴 하루를 보내며 몸은 피곤했지만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마추픽추를 갔다 온 감상
마추픽추라는 단어를 쓸 때 마다 본 아재는 이상하게 등정(登頂)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어집니다. 물리적으로는 마추픽추가 가장 높은 봉우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그 이유는 마추픽추가 그만큼 위대한 느낌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록 오래되고 허물어진 유적이지만 이곳은 인류 문명의 성취(achievements)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7대 불가사의에 들어갈 만큼 놀라운 성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본 아재의 생각으로는 마추픽추가 과연 다른 위치에 있었으면 멀리서 온 순례객에게 그만큼의 경험을 안겨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마추픽추는 마치 안데스 산맥의 심장부에 위치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 주위로는 마치 호위 무사들과 같이 커다란 봉우리들이 마추픽추를 보위하며 둘러싸고 있습니다. 게다가 안데스 산맥 고산지대의 경이로운 날씨 — 특히 아침녘의 운무(雲霧)는 이러한 마추픽추의 위대함에 경이로움을 더해 줍니다. 한마디로 마추픽추는 이런 천혜의 위치와 환경에, 순례객들이 들러야 할 만큼 중요한 인류 문명의 창조물이라고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마추픽추는 가능하다면 일생에 한 번 쯤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방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 아재는 참으로 감사하게도 친구 아재들과 쉽게 방문을 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습니다만 이 또한 인연과 환경이 되지 않았으면 갈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특히 북미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꼭 한번쯤 페루에 와서 잉카제국의 문화와 마추픽추를 구경해 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인생에서 오래 기억될 추억이 될 것이리라 감히 말씀을 드려 봅니다.
본 아재의 경우 마추픽추를 한번 더 갈 일이 있을까요? 마추픽추에서 만난 다른 관광객 중에는 마추픽추를 세 번째 왔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깜박하고 물어보지 않은 질문이 다시 온 마추픽추는 어떤 다른 느낌이었냐 입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친구, 매번 마추픽추에 올 때마다 또 다른 새로운 경외감을 느끼고 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본 아재 역시 그 경험을 기회가 되는 대로 또 해 보고 싶습니다.
참고: 와이나픽추, 올라갈 때 준비물
와이나픽추를 올라갈 때 준비물을 잠깐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본격적인 등산 준비까지는 필요가 없어요. 등산화가 있으면 좋겠지만 한시간 반 정도 코스라서 운동화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다만, 경사가 가파르고 힘이 든다는 점은 미리 생각하시구요.
올라갈 때는 귤이나 바나나 같은 것을 조금 가져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체력 소모가 있으니 배가 쉽게 고파집니다. 조금 여유있게 가져 가시면 다른 여행객들과 나누어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 물도 챙겨 가셔야겠네요. 참고로 마추픽추에는 상점이 없습니다.
와이나픽추에 오르면서 풍경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이게 스마트폰 사진기로 담기에는 아쉬운 면이 많습니다. 미러리스(mirorless)나 DSLR급 사진기가 있으면 무거워도 꼭 가져 가시기 바랍니다. 아마 정말로 멋진 풍경 사진을 찍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와이나픽추에는 마추픽추와는 달리 흡혈 sand fly가 없습니다. 그래서 옷은 그날 기온에 따라 입으시면 되구요. 아재들의 경우 11월 말에 갔었는데 반팔 차림으로 와이나픽추를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마추픽추에 돌아와서는 항상 sand fly를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벌레 퇴치제(bug repellant)를 바르시고 긴팔 긴바지를 착용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