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셋의 페루 여행기 4 - 마추픽추(Machu Picchu)로 가는 길

이번 포스팅은 마추픽추로 가는 방법과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추픽추로 가는 길이 의외로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마추픽추로 가는 길: 소개

잉카 제국의 유산이 많이 남아 있는 쿠스코(Cusco)까지 오셨으면 이제 여러분도 마추픽추에 성큼 다가섰다고 느끼실 겁니다. 하지만 마추픽추는 아직도 먼 거리에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추픽추 자체가 사람이 근접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감이 안 가시죠?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그것도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로 분류되는 마추픽추가 말입니다.

마추픽추는 20세기 초라는 최근에 발견된 유적입니다. 유적 자체가 15세기 정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마추픽추는 수백년 동안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로 있었다는 얘기이고 특히 스페인 정복자들도 수백년간 그 존재를 몰랐다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직접 마추픽추를 가 보면 이런 마추픽추의 은밀성(?)이 실감이 갑니다. 일단 마추픽추에 접근하려면 지금도 안데스 산맥을 재주껏 타야 합니다. 게다가, 마추픽추로 올라가는 길은 지금도 험하기 그지 없습니다. 경사가 심해서 산 아래서는 마추픽추 쪽을 아무리 올려다 봐도 저곳에 무엇이 있기나 할까 싶습니다. 믿어지지 않으시겠지만 비행기를 타고 이곳 상공을 날기 전에는 도저히 발견하기 어려운 천혜의 입지조건에 마추픽추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여러가지 교통수단이 확충되면서 마추픽추로 접근이 쉬워졌습니다만 그래도 이게 마추픽추행 교통편을 하나만 타면 되는 게 아닙니다. 그런 까닭에, 마추픽추로 가시려면 이동 계획을 먼저 잡고 출발 하셔야 되겠습니다.

마추픽추로 가는 길: 계획잡기

쿠스코(Cusco)에서 아구아스 칼레엔테스(Aguas Calientes)까지

From Cusco to Ollantaytambo

일단 지도부터 볼까요? 마추픽추까지 가려면 쿠스코에서 우선 올란타이탐보(Ollantaytambo, 오얀따이땀보가 실제 발음입니다.)까지 가셔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지도에서 보듯이 차로 두시간 정도 가면 됩니다. 택시를 대절 하셔도 되고 버스를 타셔도 됩니다. 중간 중간에 볼 거리가 많으니 (Cinchero, Moray, Salinas de Maras 소금 광산 등등) 반나절에서 한나절 정도 여유있게 가시면 좋겠습니다.

From Ollantaytambo to Aguas Calientes

문제는 올란타이탐보에서 마추픽추 바로 아래에 있는 마추픽추 등정용 전진 기지(?)인 아구아스 칼리엔테스(Aguas Calientes)까지 가는 길입니다. 네. 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도로가 나 있지 않습니다.

From Ollantaytambo to Aguas Calientes

이제 항공사진 지도를 보면 길 같은 것이 보이지요? 그런데 이것은 도로가 아니고 우루밤바(Urubamba) 강이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올란타이탐보에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까지는 어떻게 갈까요? 우선 자동차는 방법에서 제외 되는데 다행히 우루밤바 강을 따라 아구아스 칼리엔테스까지 철도가 나 있습니다. 즉, 차는 못타도 기차는 탈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기차가 아주 비쌉니다. 두어시간 정도 가는 코스를 타는데 $200을 줘야 합니다. 네. 솔도 아닌 달러화로 일인당 200불을 줘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구요? 판단은 각자 알아서 하셔야 하겠습니다. 기차를 타지 않고 올란타이탐보에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까지 가는 방법은 네. 재주껏 걸어야 하겠습니다. 걷는 방법은

  • 잉카 트레일 (Inca trail)을 따라 등산하기
  • 기찻길을 따라 걸어가기

황당하죠? 참고로 잉카 트레일을 따라 등산을 하면 4일에서 1주일 정도 일정을 잡으셔야 겠습니다. 잉카 트레일은 혼자서 길 따라 등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트레킹 그룹을 따라 가셔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시간이 충분히 있으면 이 잉카 트레일 코스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마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겁니다. 안데스 산맥의 산세가 워낙 좋거든요. 산을 좋아하시고 등산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올란타이탐보에서 마추픽추까지 그냥 잉카 트레일을 타고 산 넘고 물 건너는 코스를 강력 추천해 드립니다.

하지만 이게 불가능하다면 어쩔 수 없이 기차를 탈 수 밖에 없습니다. 기차를 타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기는 하는데요. 기본적으로 일인당 $200을 내고 올란타이탐보에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까지 가는 방법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점, 우선 생각해 두시기 바랍니다. 다행히, 이 구간은 경치가 아주 좋아 기차 여행하는 재미는 쏠쏠하겠습니다.

기차표는 어떻게 살까요? 올란타이탐보 역에서도 직접 구매 할 수 있지만 쿠스코 도착하자마자 미리 예매를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쿠스코 Armas 광장에 보면 Peru rail과 Inca rail 두 군데 사무소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표를 사시면 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운행 시간이 많고 기차가 큰 Peru rail을 추천합니다.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서 마추픽추로

이제 마지막 교통편입니다. 조금만 더 고생하시면 마추픽추 등정이 가능하겠습니다.

일단 아구아스 칼레엔테스에 도착하고 나면 여기에서 마추픽추까지는 버스가 다니는 비포장도로가 나 있습니다. 이곳에도 역시 걸어서 마추픽추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요, 워낙 경사가 심한 관계로 체력도 비축하는 겸 그냥 버스를 타고 올라가시길 추천합니다. 마추픽추에 올라가서는 한참 이곳저곳을 걸어다녀야 하시지 않겠습니까.

참고로 아래 지도를 보시면 마추픽추 오른쪽으로 갈 지(之)자 형태의 도로가 마추픽추로 가는 버스가 오르내리는 길입니다. 가파른 경사의 느낌이 지도만 봐도 전해지지요?

From Aguas Calientes to Machu Picchu

버스 티켓은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의 기차역 근처의 매표소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 도착해서 바로 표를 사 놓으시면 되겠구요. 버스 시간이나 좌석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버스 시간표가 필요가 없는 것이 버스는 계속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사람들은 계속 줄을 서고 그런 상황이 하루 종일 벌어집니다.

참고: 페루 여행 정보 팜플렛

그리고 아래 두 이미지는 꼭 캡춰해 두시기 바랍니다. 아재들의 페루 여행 경험으로 볼 때 이것이 마추픽추로 가는 길을 단지 두 페이지로 잘 요약한 안내 팜플렛이 되겠습니다. 첫 페이지는 페루 여행 전반을, 두 번째 페이지는 마추픽추에 가는 방법을 요약해 놓고 있습니다.

Peru trip booklet page 1

Peru trip booklet page 2

마추픽추로 가는 길: 마지막 등정하기

마추픽추 가기 전: 준비할 것들

우선, 마추픽추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권이 필요합니다. 여권 역시 필요하니 꼭 챙기시구요. 그런데 이 입장권이 하루 2500명의 정원 제한(quota)이 있으니 미리 인터넷으로 구매해 놓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예약은 여기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machupicchu.gob.pe/

그리고 마추픽추는 일출(日出) 전에 입장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워낙 이곳이 고산지대에 산이 많다 보니 밤에는 온도가 내려가면서 비가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벽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잘 끼는 편이구요. 하지만 해가 뜨면 아름다운 자태를 곧 드러내게 되는 데 그 순간을 놓치시면 안되겠죠. 그런 까닭에 마추픽추로 향하는 버스는 일출 전 새벽에 타셔야 합니다. 버스 줄 서는데 30분, 마추픽추까지 30분, 입장에 30분 정도 생각하고 계획을 잡으세요. 따라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서는 하룻밤을 자는 것이 좋습니다.

마추픽추 뒤에는 와이나픽추(Huayna Picchu)라는 큰 봉우리가 있습니다. 이곳 역시 입장권을 사전에 따로 받아 놓아야 입장할 수 있는데요. 이곳을 갈지 말지는 체력에 따라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약 30분에서 한시간 가량 등산을 해야 정상을 오를 수 있는데 경사가 매우 가파릅니다. 올라가다보면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모두 다 힘들어서 나중에는 서로 친구가 되어버리는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겠습니다. 아재들의 경우는 와이나픽추를 올라 갔는데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올라가면서 볼 수 있는 경치가 참 좋았고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오렌지를 같이 까먹으며 올라가는 거 무지 힘들다 얘기하는 경험도 참 좋았습니다.

참고로 고산병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해발 3500미터인 쿠스코에서 적응을 하셨다면 이곳 마추픽추 해발 2500미터에서는 당연히 문제가 없겠지요.

마추픽추의 날씨는 아재들의 경우 11월에 갔었는데 많이 더웠습니다. 혹시나 산이고 비가 올 지도 모르니 추울까 싶었는데 그렇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간단히 비를 피할 수 있는 겉옷 하나, 모자 하나 정도는 챙겨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추픽추에서는 식당 같은 편의 시설이 없어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침에 나올 때 가방에 간단한 먹을 거리를 챙겨 가셔야 하겠습니다. 버스 줄서면서도 길가에 음식 파는 곳 많으니까 샌드위치라도 하나 챙기셔야 마추픽추에서 배고프게 다니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마추픽추에 올라가실 때 하나 신경써야 할 것은 벌레입니다. 영어로는 sand fly라고 하는데요. 조그만 날파리 같은 것들이 날아다니면서 모기처럼 피를 빠는데 — 빈대(bed bug)가 날개달고 다니면서 사람을 문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문제는 물리고 나면 이 자리가 무지 가렵고 덧나기 쉽다는 점인데요. 미리미리 벌레 퇴치제(bug repellant)를 챙겨 가시기 바랍니다. 벌레 퇴치제는 약국이나 올란타이탐보의 경우 노점상 할머니한테서도 살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벌레 퇴치제는 두둑히 큰 사이즈로 사세요. 워낙에 많은 관광객들이 sand fly를 모르고 마추픽추에 오는 바람에 막상 마추픽추에서 벌레에게 뜯기다 보면 당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주위에 보이는 사람들 많이 많이 발라주세요. 마추픽추의 영웅(?)이 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여자분들은 당연히 노출이 심한 복장은 금지입니다. 온몸이 sand fly에 뜯겨서 엉망진창이 되는 수가 있습니다.

다행히 sand fly는 바이러스나 병균의 숙주는 아니구요. 그냥 물린 곳이 많이 가렵고 잘 안낫지 않아서 그렇지 몸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당해보면 참 많이 가렵습니다. 모기 물린 것의 너댓배는 족히 더 가렵다고 할까요. 미리미리 준비하셔서 본 아재처럼 나중에 고생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마추픽추 구경하기

마추픽추 구경은 반나절 정도면 충분히 다 볼 수 있으시겠습니다. 다만, 와이나픽추를 구경하실 생각이라면 일단 와이나픽추부터 갔다 오시기를 추천합니다. 와이나픽추 등정에 체력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마추픽추를 갔다가 와이나픽추를 가면 체력이 많이 달리게 됩니다.

마추픽추 위쪽으로 길을 따라 잠깐 등산을 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이 길은 잉카 트레일과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쉴 곳도 있고 또 좋은 경치를 만나실 수 있겠습니다. 대략 30분에서 한시간 정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마추픽추에서는 마추픽추의 전경이 환히 다 나오는 소위 “마추픽추 달력샷”을 찍을 수 있는 위치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꼭 사진을 찍으시구요. 머릿속에 기억해 놓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추픽추는 신전인 까닭에 태양신과 관련된 건물들이 크고 웅장합니다.

뭐니뭐니해도 마추픽추의 백미(白眉)는 그 풍경이 되겠습니다. 아재들은 참 운이 좋았던게 마추픽추를 방문한 날 날씨가 맑았습니다. 아침에 안개가 자욱해서 아무 것도 안보이던 모습이 해가 뜨면서 안개가 걷히는 데 그 모습은 이루 뭐라 말할 수 없이 멋있습니다. 감히 사진기를 가져가도 담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고 말해 볼 수 있겠습니다.

정리해보며

마추픽추 등정에 필요한 여러 가지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어느 정도 필요한 것들은 다 언급한 것 같은데요. 혹시나 제가 중요한 빠뜨린 것이 있거나 질문이 있으시다면 아래 댓글로 남겨 주시면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마추픽추는 지금 생각해봐도 참 가기가 쉽지 않은 곳 같습니다. 마치 순례를 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막상 마추픽추에 가 보면 뭐랄까 참 좋은 기운을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주변 환경이 그렇고 안데스 산맥의 축복받은 경치가 그렇고 또 마추픽추라는 유적 자체가 그런 속성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마추픽추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교통편부터 시작해서 숙박, 티켓팅, 시간 계획을 잘 짜는 것이 좋겠구요. 참고로 아재들 일정은 이렇게 1박 2일로 진행했습니다.

  • 1 일째
    • 쿠스코에서 아침 일찍 출발. 올란타이탐보까지 택시 반나절 대절.
    • 올란타이탐보로 가는 도중 모라이(Moray)와 소금 광산(Salinas de Maras) 구경
    • 올란타이탐보에서 구경과 점심 식사. 오후 3시 경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행 기차 탑승
    •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도착. 저녁 식사와 숙소 투숙.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구경.
  • 2 일째
    • 다음날 새벽 5시 기상. 마추픽추행 버스 줄서서 탑승.
    • 해뜨기 전 마추픽추 입장 완료. 마추픽추 구경 시작.
    • 와이나픽추 등정. 등정 후 마추픽추로 귀환.
    • 마추픽추 구경. 가져온 음식으로 간단히 점심 해결
    • 오후에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로 버스 탑승 귀환
    • 오후 5시 경 돌아가는 기차 탑승
    • 기차역에서 택시로 쿠스코 귀환

이번 글이 마추픽추 여행을 생각하고 있으신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날아다니는 빈대 sand fly 대책,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