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셋의 콜롬비아 여행기 7편: 에필로그
아재 셋의 콜롬비아 여행기 7편: 여행을 마치면서 — 에필로그
길게 보였던 일주일간의 콜롬비아 여행도 시간이 다 지나가버려고 말았습니다. 마지막날 아재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메데진 공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야 했습니다.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아재들은 별 말이 없었습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아쉬움이 많아서였습니다. 이제는 낯이 익은 창밖의 험준한 산과 울창한 숲만 바라보고 있었네요.
이번 콜롬비아 여행은 아재들에게는 무엇을 남겼을까요? 아쉬움이 제일 크다고는 하지만 콜롬비아는 뭐랄까 “신세계”의 경험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콜롬비아는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우선, 중남미라는 지리적 위치가 접근성이 좋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오려면 거의 지구 반대편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하지요.
게다가 문화적으로도 중남미 문화는 한국인들에게는 낯섭니다. 고등학교 때 제 2 외국어를 배울 때에도 스페인어는 가장 인지도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리고, 스페인어 문화권에 여행을 가려면 유럽의 스페인이라는 유명한 곳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까닭에 아재들은 참 뭐랄까 무모한(?) 여행을 다녀온 셈이 되어 버렸습니다만 그 덕분에 콜롬비아라는 새로운 세상을 잘 접하고 온 것 같습니다. 몇 가지 생각나는 대로 다녀온 소회를 정리해 보지요.
안데스 산맥
콜롬비아, 그리고 그 이전에 페루를 다녀오기 전까지 안데스 산맥은 본 아재에게는 그냥 신생대 제 3기 험준한 지형에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정도의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갔다온 지금은 안데스 산맥에 대한 뭐랄까 경외감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 장대한 크기와, 그리고 뭐랄까 영험한 기운의 느낌은 안데스 산맥을 저로 하여금 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안데스 산맥의 크기는 이렇게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기후를 바꿔버릴만큼 큰 산들이 모인 산맥이 안데스입니다. 카리브해 연안은 위도로 보면 열대기후에 속합니다. 하지만 안데스 산맥의 2500m 고도까지 올라가 버리면 보고타나 메데진처럼 사시사철 봄같은 날씨가 지속되는 기후가 전개됩니다. 산이 기후까지 바꾸어 버리는 것이지요.
또, 이런 안데스 고산지대 도시들은 자연히 분지 지형에 형성됩니다. 그래서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험준한 산세와 울창한 숲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도시 내의 공기 오염이 지나치지 않은 한 이곳에서는 항상 깨끗한 공기와 시원한 산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지요.
이런 축복받은 환경과 그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을 한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추억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도 안데스 산맥이 펼쳐져 있는 곳은 또 가보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더불어 로키 산맥과 히말라야 산맥도 말입니다.
미인의 나라 콜롬비아
네. 콜롬비아는 직접 가 보니 미인들이 많은 나라가 맞았습니다. 수지가 트럭을 모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딜가나 예쁜 여자분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 무엇보다도 이들 예쁜 여자분들이 낯선 이방인인 아재들에게도 참 친절했습니다. 그 점이 무척 기억에 남습니다.
혹시 콜롬비아에 오시는 분들은 항상 기회가 될 때마다 여자분들에게 얘기를 이것저것 많이 걸어 보세요. 참 재미있습니다. 호텔 카운터를 지키는 여자분, 식당에서 서빙보는 여자분, 관광지 투어 가이드 하시는 여자분 등등등. 물론 클럽에 가서도 이쁜 여자분들 만나기 좋습니다만 클럽은 워낙 쿵작쿵작 시끄러워서요. 헐헐헐.
그냥 느낌이라 딱 집어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만 콜롬비아 미인 여자분들은 묘하게 이방인들에게 오픈한 느낌이 있습니다. 같이 친해보고 싶어하고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해 주려고 하지요. 커뮤니케이션만 조금 수월하다면 여행에서 정말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것이 스페인어든, 살사든, 뭐든 간에요.
워낙 미인들이 많아서 우선 순위(?)가 밀렸지만 콜롬비아 아저씨들도 좋은 분들이 많습니다. 말 안되는 상황에서도 한국 현대차 좋다고 재주껏 얘기하시던 택시 기사 아저씨, 매일 아침마다 잘 잤느냐고 헐헐 웃으며 인사 나누던 호텔 경비 아저씨 등등. 아재들이 자연스럽게 감사하다는 Gracias를 남발(!)하게 되는 것이 콜롬비아 사람들의 평균적인 인심인 것 같습니다.
한국과 콜롬비아
콜롬비아는 한국보다 물가가 싼 곳입니다. 그러다보니 아재들은 참 여행을 편하게 했습니다. 고급 식당도 많이 가고 좋은 호텔에서 숙박도 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콜롬비아는 뭐랄까 본 아재의 느낌으로는 80년대 말, 90년대 초반의 한국을 생각나게 합니다. 사는 모습은 부유하지 않은데 사회 전체가 활기찬 분위기가 있습니다. 물론 콜롬비아에도 가난한 모습이 많이 있지만 최근의 한국처럼 겉으로는 화려한데 속으로는 의욕이 떨어진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언제든지 기회만 주어지면 가난을 탈피해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에너지가 잠재된 느낌입니다. 특히, 메데진의 케이블카를 타고 Santo Domingo 지역을 잠깐 지나갔을 때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것을 고려해본다면 콜롬비아의 모습을 통해 한국과 한국인들의 모습을 재발견 해 보는 것도 의미가 크지 않나 싶습니다. 이곳 사람들에게 한국은 발전한 나라입니다. 현대차가 인기이고 이곳 역시 한국 드라마를 찾아보는 여자분들, 많습니다. 하지만 그 칭찬 와중에 휩쓸리지 않고 한국인들이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되돌아 보는 것,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미국으로
그리하여 아재들은 짧지만 길었던 일주일간의 콜롬비아 여행을 잘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귀환하였습니다. 갔다 온 기념으로 뉴욕 JFK 공항 착륙 전 찍은 사진을 몇장 올려 봅니다.
지금까지 긴 글 읽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