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셋의 콜롬비아 여행기 6편: 메데진 2
아재 셋의 콜롬비아 여행기 6편: 메데진 2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본 아재가 지금까지 가 본 남미 여행지의 분위기는 한국과 무척 닮았다는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페루의 수도 리마 공항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밖으로 나왔을 때도 그랬고,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가면서 느꼈던 보고타의 느낌도 한국같다였습니다. 아마도 서구나 북미 대륙처럼 오래된 건물이 상대적으로 적어서일까요. 아니면 한국처럼 촘촘히 들어선 가로등 불빛이 비슷해서일까요.
일단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페루나 콜롬비아의 대도시들은 한국처럼 인구 밀집도가 높아서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리마는 850만명의 인구를 자랑하고 보고타 역시 800만명의 인구가 거주중입니다. 콜롬비아 제 2의 대도시인 메데진 인구는 250만명입니다. 북미로 가면 뉴욕이 800만명이고 로스앤젤레스가 500만명 어라? 그런데 이거 숫자가 잘 안맞는 거 같네요. ㅋㅋㅋ
그렇다면 한국에 비해 낮은 물가가 과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일까요? 1인당 GDP가 2만불을 넘어가는 한국에 비해 콜롬비아는 6천불 정도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 이렇게 소형 택시들이 돌아다니던 시점의 마지막이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치를 때였던가요.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요.
그냥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아무래도 여행 도중 낮은 물가에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 그랬지 않나 싶습니다. 잘 사는 나라로 갈 수록 비싼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한국처럼 좋은 서비스를 받기가 어려워지지요. 하지만 콜롬비아에서는 택시 서비스부터 시작해서 호텔, 식당 등등 가는 곳마다 내가 칼같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한국처럼 눈치빠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던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어떻게 어떻게 큰 불편 없이 지냈던 것이지요. 그래서 콜롬비아를 편안하게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콜롬비아 사람들이 금전적인 서비스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나고 나서 얘기입니다만 콜롬비아를 가실 분들은 여정을 길게 잡고 가시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스페인어를 많이 배워 갈 수 있다면 더 좋구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이곳에는 묘하게 이방인들에게 오픈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기 좋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사람들을 만나기 좋아하는 분들께 콜롬비아는 추억에 남을 여행지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일단 본 아재가 한국같이 느껴진다는 메데진의 풍경은 이렇습니다. 지내던 호텔에서 자고 일어나 창밖으로 찍어본 사진입니다.
Museo el Castillo
Museo el Castillo는 번역하면 성(城) 박물관 정도가 되겠군요. 뭐랄까 잘 지어놓은 조그만 성 규모의 고급 저택입니다. 이 저택은 프랑스 스타일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아름다운 정원과 뾰족한 첨탑이 예쁜 건물이 첫눈에 들어옵니다. 집 주인들이 부호이었던 까닭에 집 안에는 여러가지 호화 가구들과 장식품들이 가득합니다. 이제는 오래된 골동품이기는 합니다만.
이곳에서 아재들은 아아 미녀 투어 가이드분을 만났습니다. 미인에 영어도 잘하는 분이었는데요. 아쉽게도 투어 설명은 스페인어로만 진행되어서 이 성의 역사나 에피소드 같은 것들은 놓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그 와중에 프랑스에서 여행 온 아가씨가 몇 마디씩 통역을 해 줘서 설명을 다 놓치지는 않았습니다. 이 아가씨 얘기로는 불어 역시 스페인어처럼 라틴어 계열이라서인지 들리는 단어가 제법 된다고 합니다.
이곳은 아무래도 글로 적느니보다 사진으로 감상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찍어온 사진들을 몇장 붙여 봅니다.
Botero 광장
Botero 광장은 한국으로 치면 서울시 전철 2호선 당산역이나 영등포역 앞 지하상가 같다는 느낌일까요? 전철역을 중심으로 광장이 펼쳐져 있는데 수많은 노점과 조그마한 상점들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의 남대문 시장같이 빡빡하게 밀집되어 있지는 않구요. 광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노점과 상점이 적절히 잘 섞여있는 활기찬 시장입니다.
이곳을 아재들이 자주 오게된 이유는 광장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Botero의 동상들이 많이 들어서 있고 Botero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Museo de Antioquia 미술관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Botero 구경을 하러 왔다가 사람 구경 시장 구경을 하게 된 셈인데요. 이곳에서 시장 치킨도 뜯고 Empanada 튀김빵도 먹은 기억이 납니다.
메데진 사람들의 평균적인 일상을 알고 싶으면 이곳 Botero 광장을 들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El Poblado와 같은 고급스러운 분위기, 특히 먹고 마시는 유흥(?)과는 거리가 먼 곳입니다. El Poblado 처럼 예쁘게 차려입은 아가씨들도 보기가 힘이 들지요. 하지만 뭐랄까 이 광장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와 Botero의 조각 작품들이 잘 어울려서 형성된 일상(日常)을 경험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쇼핑을 하는 재미도 좋구요.
Universidad de Antioquia
대학 캠퍼스를 구경하기는 참 즐거운 일입니다. 20대의 청춘남녀들이 소위 캠퍼스의 자유를 만끽하고 지식을 연마하는 모습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실상은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요. 효효효.
그래서 본 아재의 경우 대도시를 방문하게 되면 가능하면 그 도시의 대표적인 대학 캠퍼스를 둘러보려고 노력합니다. 그 도시의 가장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통해서 그 도시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으니까요.
메데진 중심부에 위치한 University of Antioquia는 걸어 다니기에 적당한 캠퍼스 크기가 인상적인 대학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대학 캠퍼스 안쪽으로는 차도가 거의 나 있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도서관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건물 안쪽으로는 들어가 볼 수 없었습니다만 도서관 건물 근처에 커다란 광장 느낌의 대로가 펼쳐져 있고 그 좌우로 벤치와 테이블이 많이 있어서 학생들이 바깥에서 공부를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캠퍼스의 느긋하면서도 퍼지지 않는 느낌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여기서도 생각보다 영어를 잘 하는 학생들을 만나보기는 어려웠지만 뭐랄까 여기서 공부를 하면 여유있으면서도 심도 있게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게인, 현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효효.
하나 기억에 남는 점은 학교 정문의 철통같은 보안 검색입니다. 학교 정문이 개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전철역 개찰구처럼 신분증을 가지고 통과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재들의 경우는 따로 경비원들에게 신분증을 보여주고 여행객들이라는 것을 밝힌 다음 캠패스내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오래 전 메데진이 범죄의 소굴이었다는 전설이 피부로 느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메데진은 범죄와는 거리가 먼 도시입니다. 특히나 El Poblado의 불야성(?)을 지켜보면 메데진이 범죄의 도시이었던 전력이 과연 있었던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만 어쨌든 그런 역사의 흔적들이 메데진 이곳저곳에 남아 있기는 합니다. 아, 그러고보니 메데진 북부의 Santo Domingo도 “아주 좋아진” 케이스라는 것을 상기해 봅니다.
아쉽게도 University of Antioquia에서는 찍은 사진이 없네요. 간단히 여기서 마무리를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