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셋의 콜롬비아 여행기 4편: 카르타헤냐 2

한국 사람들이 그들만의 특성이 있듯이 콜롬비아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콜롬비아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할까요? 당연히 그들에게 김치는 별 관심사가 아닐 겁니다.

일주일 여행동안 많은 것을 접하지는 못했지만 콜롬비아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확연히 느껴지는 그들의 문화 중 하나가 흥겨운 살사(Salsa)입니다.

이들은 한국 사람들이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정도 만큼이나 살사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우선, 왠만한 콜롬비아 사람들과 얘기 중에 살사가 나오면 살사를 아주 좋아한다는 답변을 듣기가 쉽습니다. 거리를 걷다보면 들리는 음악도 살사랑 어울리는 뭐랄까 그 남미 특유의 흥겨운 곡들이 많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게 네박자입니다. 외워둡시다. 살사는 네박자.) 게다가 하야트의 미녀 concierge께서도 살사는 콜롬비아 사람들의 일상이라는 교시를 전하시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멀리 동방에서 왕림하신 아재셋은 춤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김태희도 살사를 좋아하는 그런 동네란 말이죠. 그렇다면 콜롬비아 미인을 접하는 방법은? 살사를 배워야지 어쩌겠습니까. –;;;;;;;

이리하야 아재들은 어쩔 수(?) 없이 살사를 배우러 카르타헤냐 시내 살사 강습소를 들렀습니다. 뭐 한 타임에 배워봐야 얼마나 배우겠습니까만 그래도 혹시나 희망(?)을 걸고 살사 강습에 열심히 참가했습니다. 그리고 카르타헤냐의 나이트 라이프를 즐겨 보러 다시 탐험에 나섰습니다.

아, 그리고 카르타헤냐에는 Castillo San Felipe 도 있습니다. 번역하면 성(聖) 펠리페 성(城) 정도가 되겠는데요. 과거 해적들과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스페인 사람들이 건설한 요새가 되겠습니다. 이 성은 대함포 사격 방어용으로 설계되었고 무지막지한 덩치와 엄청난 규모로 쌓인 돌더미를 자랑합니다. 수백년전 무적함대를 호령하던 스페인의 건축 기술의 단면을 볼 수 있겠습니다.

Salsa를 배워봅세

아쉽게도 아재들이 살사를 배우는 중간중간 컷 사진은 하나도 없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처음 보는 곳에 어리둥절 들어가서 영어는 미니멀로 하신다는 강사 총각 소개 받아 시간 내내 꼬이는 발스텝을 극복해가며 엉덩이를 쓀룩쓀룩 좌우로 흔들다가 나왔으니까요. 사진기를 꺼내들 생각조차 못했던 빡센(?) 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쉬운 김에 일단 이 살사 교습소 위치라도 여기 남겨봅니다.

Crazy Salsa

살사에 대한 첫 느낌은 이랬습니다. 우선, 살사는 네박자입니다. 기본 네박자 스텝만 잘 밟으면 어느 정도 흉내내기가 가능해지는데 문제는 엉덩이 흔들기와 스텝의 변형입니다. 뭐랄까 엉덩이가 척추에서 툭 빠져 왼쪽으로 한번 오른쪽으로 한번 그런 느낌으로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이게 가볍게 잘 안됩니다. 그리고 스텝의 변형을 주면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왼쪽으로 돌았다 오른쪽으로 돌았다 하게 되는데 이걸 파트너와 호흡을 잘 맞추어서 빠른 템포로 하려면 당연히 쉽지 않겠습니다.

한번 수업 받아보고 넘겨 짚는 것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살사는 열심히 수업만 잘 받으면 어느 정도까지 따라 가는 것이 어려울 것 같지 않습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일주일 정도 매일 훈련하면 충분히 동네 살사 클럽에 가서 즐거운 댄스 타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살사는 남미 어디에서나 인기가 있는 관계로 다른 여행객 여자분과 댄스 타임을 가져보고 싶으시다면 Trip Advisor와 같은 서비스에서 여행객들을 위한 살사 교습소를 찾아가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살사에 흥미를 갖는 것은 시커먼 아재들 뿐만 아니라 예쁜 아가씨들도 마찬가지이겠지요. 허허허. 그나저나 무식한 아재들은 Crazy Salsa에 아무 생각없이 하나도 아닌 무려 셋이 가는 바람에 파트너 없이 스텝만 연습하다 수업을 끝냈습니다. 아재들 말고는 한 커플이 같이 있었는데 아아 그날 따라 아가씨들이 아재들처럼 단체로 이곳을 방문하는 행운까지는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국내에도 살사 동호회나 클럽이 많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댄스댄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살사도 한번 도전해 보시길. 네박자만 잘 따라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나저나 세상이 참 좋긴 하덥디다. 강사 총각이 댄스 음악을 어떻게 틀었을까요? 그냥 인터넷에 연결된 노트북에서 유튜브 동영상 적당히 플레이 하고 노트북의 사운드 출력을 적당한 앰프와 스피커로 돌려 쓰더군요. 그것 뿐이겠습니까. 아재들이 이곳 Crazy Salsa 강습소가 있다는 정보는 인터넷 구글링에 Trip Advisor 랭킹을 보고 왔구요.

또 비즈니스라는 것이 그랬습니다. 카르타헤냐 도착 첫날 하야트의 미녀 concierge께서 우리 아재들이 살사를 배우러 가겠다 얘기하는 것을 유심히 보시더라구요. 아마도 아재들 처럼 살사 배우겠다는 하야트 투숙객들은 지금까지 없었나 봅니다. 어쨌든 일단 Concierge라는 직책이 있으니 Crazy Salsa에 전화를 걸어서 강습 시간 예약을 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재들이 호텔 로비를 지나가고 있는데 Concierge 아가씨가 Crazy Salsa 사장 아가씨(?)와 호텔 로비에서 차한잔 하고 있으시다 우리를 보고 하아아아이~ 인사를 하셨습니다. 그게 눈치껏 짐작해보니 이랬습니다. 우선 아마도 새로운 사업 구상이 진행 중이겠지요? Concierge 아가씨는 하야트 손님을 Crazy Salsa로 소개하고 예약 건당 얼마씩 수익을 얻는 계약이 진행중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런 걸 보면 시장 경제의 적응력이란 참으로 놀랍다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Salsa club

그런데 아아 아재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요. 살사 클럽은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아아니 어떻게 된 일이냐구요? 그날이 Cafe Havana라고 카르타헤냐에서 가장 유명한 살사 클럽이 그날 따라 쉬는 요일이었거든요. –;;;;; 아마 화요일이었을 겁니다.

당황한 아재들은 다른 클럽을 찾아보겠다고 이곳저곳을 헤메고 다녔지만 보통 클럽들은 목요일부터 시작해서 금토일 밤이 피크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Cafe Havana 말고 다른 클럽들도 문을 닫은 곳이 많았고 문을 열은 곳도 아직 분위기가 달아오른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밤 12시가 넘어도 별다른 차이가 안나더라구요. –;;;;;;

그리하여 아재들은 어쩔 수 없이 살사 클럽 탐방은 포기하고 밤늦게 호텔로 귀환해야 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분들 중에서 Cafe Havana 혹시 구경 하셨으면 알려주세요. 후기를 여기에 붙여서 올려 드릴까 합니다. 부디 못다한 아재들의 한을 후기로 풀어주시길.

그래도 아재들은 무위로 끝난 살사 클럽 탐방 이전에 플라멩코 공연을 한번 더 본 덕분에 그나마 아쉬움은 덜했습니다. 게다가, 제 경우는 음악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까닭에 카르타헤냐 여행을 떠올려 보면 이 El Burlador de Sevilla 식당에서 애절한 목소리에 기가막힌 syncopation이 곁들였던 플라멩코 공연에 취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웬만한 대도시의 재즈 클럽 공연보다 훨씬 즐거웠습니다.

Castillo San Felipe

아쉬운 밤을 침대에서 뒤척이던 아재들은 다음날 아침 기분도 전환할 겸 카르타헤냐의 방어 요새 펠리페 성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우선 일견 무식해(?)보이는 성벽 사진부터 봅시다.

Castillo San Felipe

거의 돌로 만든 요새라 보면 되겠습니다. 중간중간에 보이는 구멍은 소총을 발사하기 위해 뚫어놓은 것이라고 하네요. 경사가 참 어중간하게 만들어져 있는데 저게 알고보면 트릭이라고 합니다. 적군이 쏟아지는 총탄을 피해 경사가 완만한 곳을 따라 열심히 올라가면 결국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되는데 여기에는 소총수들을 밀집시켜 함정에 걸린 적들을 몰살시켰다고 하는군요. 스페인의 건축기술, 대단합니다.

Castillo inside

성 안쪽은 이런 좁은 통로를 통해서 이동합니다. 아마도 소총수들이 이동하던 통로인 것 같습니다.

Castillo tower

이런 망루에서 정찰을 했을 것이구요.

Castillo cannon

대포는 이렇게 장착해놓고 쏜 것 같습니다.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데 성벽이 무지 두껍습니다. 저 조그만 틈으로 대포를 계속 발사하면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점령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나저나 과연 카르타헤냐의 펠리페 성은 해적들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을까요? 게으른 아재들이 콜롬비아의 역사는 별로 신경을 안쓰는 바람에 이 성에서 어떤 중요한 전투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성의 모습으로 추측컨대 스페인 사람들이 이 요새를 필요로 했고 아마도 그 이후에 주인이 (아마도 유럽 열강이었겠죠?) 바뀌다 현재는 콜롬비아 소유로 바뀌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카르타헤냐 항구와 이 펠리페 성이 알려 주는 것은 이곳은 해군력이 중요하다는 점일텐데요. 항구 한쪽에 정박되어 있는 오래된 몇 척의 콜롬비아 해군 군함들은 어떻게 보면 과거의 항구와 펠리페 성에 비해서는 많이 초라한 느낌이었습니다.

콜롬비아는 과연 어떤 나라일까요? 특이한 것은, 콜롬비아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콜롬비아에 대한 자부심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재들은 콜롬비아의 정치 혹은 근대사 역시 하나도 모르지만 콜롬비아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낮은 느낌이었습니다. 보고타에서 젊은 혈기에 거리에서 패싸움이 벌어진 장면을 잠깐 지나게 되었는데 클럽에서 만났던 친구들 얘기가 저게 콜롬비아의 보통 모습이라고 한숨을 쉬는 것을 보며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반적으로 저런 싸움을 하는 사람들은 소수이지 않나요. 게다가 경찰이 금방 출동해서 진압도 했구요. 낯선 이방인의 눈에는 큰 문제는 아니라고 느껴졌는데 콜롬비아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카르테헤냐를 뒤로 하고

이렇게 펠리페 성 관람을 끝내고 아재들은 간단한 쇼핑 후 카르타헤냐를 뜰 채비를 갖추었습니다. 아쉽지만 새로운 희망의 도시 — 메데진(Medellín) 행 비행기가 오후에 예약되어 있었습니다. 아아 과연 메데진에는 김태희가 넘쳐날까나.

참고로 아재들의 카르타헤냐 여행 기념품 쇼핑은 모칠라(mochila) 가방으로 정해졌습니다. 모칠라 가방은 이곳 콜롬비아나 남미 쪽의 뜨개질로 만든 수제 가방인데요. 문양이 특이하고 밝고 원색 계열의 강렬한 느낌이 좋습니다. 특히 가죽 가방을 들고 다니기는 나이가 이른 십대 여자애들이나 어린 아이들에게 잘 어울리는데요 실제 쇼핑을 해 보니 남녀노소 아무나 들고 다녀도 어울립니다. 아재들도 걸쳐 보니 제법 폼이 나서 하나씩 사려다가 그냥 선물용만 사고 끝냈는데 그 이후로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보니 남자들도 진짜로 모칠라 가방을 많이 들고 다니더군요. 남자들이 들고 다니면 Timbuk2 브랜드에서 나오는 자전거 메신저 가방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아재들이 산 모칠라 가방은 사진이 없어서 적당히 구글링으로 하나 붙여 봅니다.

Mochila

참고: 스페인어 간단 읽기

메데진의 철자를 보면서 이상하다 생각하는 분들이 지금쯤이면 생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네. 철자는 맞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ll이 ㅈ 발음이 되냐구요? 콜롬비아에서만 그렇게 읽습니다. 아마 스페인 본토로 가면 이게 /y/ 발음이 되어서 메데윈 정도로 읽힐 겁니다.

스페인어는 읽기가 쉽습니다. 그냥 보이는 대로 읽으면 됩니다. 간단하게 몇가지 유의할 점만 적어보죠.

  • 스페인어에는 격음이 없습니다. ㅋ, ㅌ, ㅊ, ㅍ 발음은 아예 없습니다. 무조건 경음으로 발음하시면 됩니다. ㄲ, ㄸ, ㅉ, ㅃ만 쓰면 됩니다. Cartagena 역시 제가 적기는 카르타헤냐로 적었지만 실제 발음은 까르따헤냐가 됩니다.
  • Cartagena에서 보듯이 g는 ㅎ 로 발음합니다. 그런데 뒤에 오는 모음 따라 ㄱ 발음도 됩니다. Bogotá는 보고따로 발음 됩니다. C 역시 발음이 뒤에 오는 모음따라 달라집니다. 12에 해당하는 doce는 도쎄로 발음합니다.
  • Bogotá에서 강세는 모음을 길게 빼주세요. 보고따보다는 보고따아 해주면 비슷하게 됩니다.
  • 변화 무쌍한 ll 발음 때문에 좀 헛갈릴 겁니다. 콜롬비아에서는 calle는 메데진의 경우처럼 까예가 아니고 까제로 발음합니다. 택시 타고 무슨 도로 가자 그럴 때 까제 해야 기사가 알아 듣습니다.
  • H는 묵음 입니다. 보여도 발음 안합니다. 하나 외워 두세요. Hasta mañana. Until tomorrow니까 담에 봅세 작별 인사 되겠습니다. Hasta mañana라고 아재들 좋아하는 ABBA 노래도 있지요? ㅎㅎㅎ 그리고 Mañana는 발음이 마냐나 정도 되겠습니다.
  • ㅎ 발음은 j를 씁니다. 자주 보이는 이름 중에 Jose는 조세가 아니고 호세가 되겠습니다.
  • o는 남성형이고 a는 여성형이 많습니다. Señor는 신사고 Señorita는 숙녀가 되는데 El Niño는 남자애 꼬마 La Niña는 여자애 꼬마가 되겠습니다. El은 따라서 남성형 정관사 La는 여성형 정관사가 되겠습니다. 덧붙이자면 l은 한국어로 치면 초성과 종성을 왔다갔다하는 특이한 자음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La señorita나 La niña에서 보듯이 각운을 a로 딱딱 맞추는 것도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 혀끝을 달달달 떨면서 r 발음에 트릴(trill)을 넣는 것은 재주껏 하시기 바랍니다. ㅎㅎㅎ 본 아재는 이거 아주 잘 되겠습니다.